국민의힘이 각종 설화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8일 결정한다. 당원권 정지 1년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당 안팎에선 두 사람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당원권이 정지되더라도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최고위원 자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도부 9명 중 2명이 빠진 7인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두 최고위원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리위 부위원장인 전주혜 의원은 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태영호·김재원 최고위원의 충분한 소명을 듣고 가급적 빠른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취지의 발언과 ‘녹취 유출 파문’ 등으로 징계 심사를 받게 됐다.
당내에선 당원권 정지 1년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이 있다. 두 최고위원이 1년 이상의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관건은 두 최고위원의 거취다. 두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면 최고위원직은 유지된다. 당헌 당규에 따라 ’궐위’가 아니라 ‘사고’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사고 상태에선 후임 최고위원 선출이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는 기존 9명에서 2명이 빠진 ‘7인 체제’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을 비어 둔 채로 최고위회의를 해야 한다.
현재까지 두 사람은 자진 사퇴에 선을 긋고 있다. 앞서 태 최고위원은 사퇴 압박을 ‘정치적 공세’,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라고 규정했고, 김 최고위원은 1일 자진 사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선 두 최고위원이 이러한 강경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당내에선 징계 수위와 별개로 잇단 설화와 발언으로 잡음이 난 만큼 두 최고위원의 총선 공천이 어려울 것이란 기류가 강하다. 여기에 두 최고위원 모두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 거리가 멀다. 윤리위에 대한 재심 청구를 비롯해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때처럼 법적 대응까지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 징계 수위에 따라 정치 생명이 달려 있는 만큼 두 사람 모두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당원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는 생각에 ‘빚 진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