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치러지는 국왕 대관식을 계기로 영국에서 군주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BBC방송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대관식에 최소 1억파운드(약 170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 대표 그레이엄 스미스를 비롯한 회원 52명은 6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쯤 대관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 인근 트래펄가 광장에서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스미스 대표는 광장에서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라고 적힌 팻말과 음료 등을 준비하던 중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는 스웨덴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군주제 국가에서 활동하는 공화제 지지자 2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시위는 무산됐지만 영국 왕실을 둘러싼 여론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10%대를 웃돌며 생활비 부담이 커졌지만, 영국 왕실이 대관식에 최소 1억파운드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돼서다.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하지만 군주제에 대해선 유지론이 득세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달 14~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주제를 찬성하는 비율(58%)이 반대(26%)보다 높았다. 왕실이 ‘영국 최대 소프트파워’라는 이유로 군주제에 찬성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왕실을 활용해 국제 사회의 입지를 다지고, 관광객 유치 효과를 누린다는 주장이다.
다만 영국의 젊은 세대는 왕실을 등한시하고 있다. 18~35세 젊은 세대에서는 군주제 찬성률(39%)이 절반에 못 미쳤다. “대관식에 관심 없다”고 답한 비율도 64%에 달했다.
찰스 3세의 카리스마가 엘리자베스 2세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대관식을 치르기 전부터 찰스 3세 지지율은 50%대에 머물렀다”며 “70%대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비해 인기도, 애정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