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의 올 1분기 실적이 작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 기간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에 따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미국 주식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 순이익이 355억달러(약 47조원)에 달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 순이익 55억8000만달러에서 500% 이상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도 8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늘었다.
지난해 1분기 벅셔해서웨이의 실적이 부진한 배경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이 있다. 세계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미국 증시가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면서 보유 주식 가치가 3280억달러로 늘어나며 실적 호전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험사 가이코,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가 1분기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효자’ 노릇을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 보유 주식 가치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현금 보유 비중을 대거 늘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1분기에 133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다. 매도 자금으로 자사주를 44억달러어치 사들였고 다른 상장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데 29억달러를 썼다. 보유 주식 매도로 벅셔해서웨이의 지난 3월 말 기준 보유 현금 규모는 작년 말보다 20억달러 증가한 1306억달러로 집계됐다. 2021년 말 이후 최대치다.
버핏 회장이 현금 비중을 늘린 배경엔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있다. 신규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미국 증시에 없는 데다 변동성이 확대된 탓에 리스크도 덩달아 커졌다는 분석이다. 찰리 멍거 부회장도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