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프로듀서와 하이브가 올해 2월 SM엔터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넣었던 ‘경업금지 조항’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 전 총괄은 이 조항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하이브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경업금지는 주식이나 사업을 매각한 사람이 동일 업종 사업을 일정 기간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지난 2월 자신의 SM엔터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씩, 총 4300억원에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계약서에 명기한 경업금지 조항을 풀어달라고 최근 하이브에 요청했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실패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재기를 노리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 지분을 판 것은 카카오가 올해 초 SM엔터 이사회와 손잡고 자신을 회사에서 몰아내려고 한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이 전 총괄이 기존에 거론된 금액보다 20~30% 싸게 하이브에 자신의 주식을 넘긴 이유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지분을 살 당시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자신했다. 이 전 총괄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하이브는 3월 갑자기 카카오와 합의를 맺고 SM엔터 경영권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하이브는 심지어 카카오의 SM엔터 공개매수에 참여, 이 전 총괄에게 인수한 지분 일부를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의 이런 ‘배신’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하이브에 경업금지라도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SM엔터 인수 철회는 이 전 총괄과의 계약과는 상관없는 문제”라는 방침이다. 경업금지 조항을 해제할 법적 의무와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전 총괄 입장에서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포기는 최악의 결과”라며 “이 전 총괄은 지속적으로 경업금지를 풀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하이브가 계속 경업금지 조항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SM엔터 인수를 스스로 포기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끝까지 이 전 총괄의 발목을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이 전 총괄이 새로 엔터 회사를 설립해 SM엔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게 ‘경쟁사 견제 차원’에서 하이브에 유리한 만큼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의 경업금지를 해지해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