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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아이폰의 판매 증가 덕분에 거시경제 역풍에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늘었고 고가 모델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매출·순이익 시장 추정치 상회애플은 4일(현지시간) 2023 회계연도 2분기(1~3월) 매출이 948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972억8000만달러)보다 2.5% 감소했고, 순이익은 24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50억1000만달러)보다 3.4% 줄었다고 공개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10년 만에 세 번째이며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다만 팩트셋이 집계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 평균 매출(929억달러)과 순이익(226억달러)을 뛰어넘으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2달러로 집계된 주당순이익(EPS)도 시장 전망치(1.43달러)를 웃돌았다.
애플은 9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분기 배당금도 주당 24센트로 전년 동기 대비 4% 인상했다.
기대 이상의 실적에 애플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165.79달러로 0.99% 하락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2.29% 상승한 169.5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경기둔화의 역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는 "서비스 사업부의 일부인 디지털 광고 및 모바일 게임이 거시경제적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거시경제가 악화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이번 분기 매출(4~6월)이 2분기(1~3월)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 신흥시장 판매 증가글로벌 경제의 둔화로 인한 주요 제품의 수요 둔화라는 악재 속에서도 애플이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폰의 매출은 51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이 기간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이 1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1.5% 증가는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전망치 487억달러 웃돌았다.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아이폰이 지난 분기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상당히 기분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작년 말 아이폰을 조립하는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물리적 충돌 사태로 문을 닫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으나 올 초에는 부품 공급과 공급망 문제가 완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난 것은 전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 마에스트리 CFO는 "인도, 인도네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에서 아이폰 판매가 크게 늘었다"며 "특히 인도 시장에서 투자를 늘리고 앱 개발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쿡 CEO는 "인도에서 스위처(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하는 사용자)와 최초 구매자 지표가 매우 좋아보인다"며 인도시장에서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애플은 지난달 인도에서 첫 소매점을 여는 등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아이폰 고급화 전략으로 판매량 둔화를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에 따르면 고급 모델에 수요가 몰리면서 최고가 모델인 아이폰14프로맥스가 전체 아이폰 매출의 24%를 차지했고, 아이폰14 프로는 22%로 집계됐다. 아이폰 평균 판매가격은 2019년 802달러에서 지난 분기 988달러로 23.2% 증가했다. ○다른 기기 사업부는 후퇴다만 아이폰을 제외한 기기 사업부문은 거시경제 둔화를 피하지 못했다. PC 사업부인 맥의 매출은 71억7000만달러로 31%나 줄었다. 시장 전망치 77억달러마저도 밑돌았다. 앞서 IDC는 맥 출하량이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면서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예고했었다. 아이패드 매출은 66억7000만달러로 13% 감소했고, 아이팟, 애플워치, TV셋톱박스를 포함하는 홈, 웨어러블, 액세서리 사업부 매출은 0.6% 줄어든 8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이패드의 실적은 시장 추정치와 거의 일치했으며, 웨어러블 사업부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었다.
향후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서비스 사업부문의 매출은 이 기간 209억1000만달러로 5.5% 증가했다.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앱스토어, TV+ 스트리밍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 사업에 대해 애플은 매출 증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지난 분기에 시장 추정치 211억달러를 하회했다.
한편, 쿡 CEO는 감원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정리해고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선을 그엇다. 그는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으며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량 정리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