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소나타 1번 C장조. 첫 소절 음색부터 남달랐다. 기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스타인웨이 피아노’ 조합의 유리구슬 같은 소리가 아니라 입체적이지만 다소 가라앉은 소리였다.
지난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발을 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전곡 연주회 이야기다. 소나타 1~6번이 순서대로 연주된 이날 공연에 사용된 피아노는 ‘뵈젠도르퍼 280’. 손열음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스타인웨이 대신 오스트리아 명품 악기인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대여해 무대에 올렸다.
뵈젠도르퍼는 ‘바흐 해석의 권위자’ ‘피아니스트의 교과서’로 불리는 거장 언드라시 시프가 고집하는 피아노로 유명하다. 그는 작년 11월 열린 롯데콘서트홀 내한 공연에도 이 피아노를 선택했다. 시프 외에도 20세기 명 피아니스트 빌헬름 바크하우스 등이 이 악기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이 피아노를 아낀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인웨이가 화려하고 기교적인 느낌을 잘 살린다면 뵈젠도르퍼는 입체적이고 서정적이다. 약간은 어두운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를 두고 혹자는 ‘시적’이라고 표현하고 일부는 ‘답답하다’고 평한다. 뵈젠도르퍼와 손열음, 그리고 모차르트의 궁합은 꽤 특색 있었다. 그는 전곡 연주 시리즈 중 초기에 가까운 두 번째 공연까지 이 피아노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손열음은 페달 사용을 최소화하며 꾸밈없는 모차르트 초기의 특성을 되살려냈다. 초기 고전주의 시대의 피아노는 페달이 지금처럼 개발되지 않았고, 악기 소리 역시 지금과 달랐다. 울림이 작고 투명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인지 연주자는 페달 대신 최대한 손으로 레가토(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며 과도한 울림 없이 노래하듯 연주했다.
뵈젠도르퍼의 장점은 소나타 2악장과 같은 느린 부분에서 특히 빛났다. 노래하는 듯한 구절 역시 특유의 서정성이 돋보였다. 경쾌하고 희극적인 부분에서는 오페라 막간극처럼 다채로운 소리를 표현했다. 다만 스타인웨이에 비해 반짝거리는 소리는 덜해 모차르트의 간드러진 꾸밈음과 화려한 트릴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맑고 빛나는’ 모차르트를 생각했던 청중이라면 아쉬움을 느꼈을 수도 있다.
유년 시절 피아노를 쳤다면 모차르트 소나타를 한 번쯤 배워봤을 것이다. 악보가 까다롭지 않고 화음이 단순해 어린이도 손쉽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 연주자가 모차르트 소나타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연주자들은 모차르트를 두고 “그냥 치기는 쉬워도 연주하기는 참 어렵다”고 표현한다. 최소한의 재료만으로 최상의 감동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35세 손열음의 모차르트는 거침없고 저돌적이었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연주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모국어처럼 편하다’는 그의 말처럼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꺼내 보이는 것 같았다.
음형을 다양하게 바꾸고 꾸밈음을 다채롭게 수정하며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요소를 곳곳에서 선보였다. 4번을 연주한 뒤 쉬지 않고 5번을 연주하며 즉흥적이고 몰입한 모습을 보였다. 5번 G장조는 모차르트 소나타에서 특히 유명한 곡으로 손열음은 이 곡의 톡톡 튀고 변덕스러운 면모를 잘 소화해냈다.
18개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은 총 4회의 여정을 통해 완주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