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고, 여기저기 꽃도 많이 펴서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갔는데 눈이 너무 시렸어요. 눈을 제대로 못 뜨겠더라고요. 감기 걸린 게 아닌데 코도 훌쩍거렸고요. 올해 유독 심해서 놀랐어요."
직장인 이모(32)씨는 포근해진 날씨에 인근 공원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흩날리는 꽃가루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올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 탓에 꽃가루 날리는 시기가 당겨지고 농도가 짙어지면서 기존에 알레르기가 없었던 이들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꽃망울이 터지면서 나오는 아주 작은 꽃가루를 코나 기도 등을 통해 들이마실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이다. 공중에 떠다니는 꽃가루의 영향으로 눈물과 콧물이 흐르고 눈이 가렵거나 재채기가 난다. 꽃가루가 항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 야외활동을 할 때 증상이 악화한다.
증상이 지속되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눈이 간지럽다고 비비면 결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얼굴·목·손 등 노출된 피부가 붉게 변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심하게 긁으면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피로감, 집중력 저하, 후각 기능 감퇴 현상 등도 증상 중 하나다.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요인으로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한 참나무 꽃가루가 4월 중·하순에서 5월 초순에 가장 많이 날린다. 하지만 올해는 참나무 꽃가루가 지난달 4일부터 날리기 시작했다. 최근 10년 사이 '참나무 비산'이 가장 이른 시점 관측된 것이다.
국립기상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까지 측정된 누적 참나무 꽃가루 양(국립기상과학원의 채집기 한 대에 포집된 누적 양)은 7830개로 이미 지난해 봄철(3274개)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물질이 꽃가루 성분과 결합하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에 따르면 '지르텍10정'의 3월 약국 판매순위가 전달에 비해 17계단 상승했다.
알레르기는 원인물질을 잘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예방법이기에 전문가들은 꽃가루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게 좋고, 외출 시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즉각 손과 얼굴을 씻고, 자기 전 샤워를 해 침구에 꽃가루가 묻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너무 잦은 환기도 피하는 걸 추천한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 국소용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한다. 항알레르기약을 사전에 준비,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대비해 체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는 알레르기 시즌이 시작되기 1~2주 전부터 미리 사용해주면 좋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