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의 주인공이 펀딩에 도전했다면 결말이 달라졌을까? [영화로 풀어보는 스타트업 이야기]

입력 2023-05-04 10:46
수정 2023-05-04 10:47


[한경잡앤조이=이희용 와디즈 생태계육성팀장] ‘꿈과 현실은 다르다.’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문장이다. 아니, 분명 한번 이상 자주 들었을 말이다. 흔히 이 문장의 앞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이어진다. ‘꿈 깨고 현실적으로 생각해.’, ‘거봐라 꿈은 꿈일 뿐…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이렇게 통상적으로 꿈(이상)과 현실(실제)를 비교하며, 부정적인 상황에서 듣게 된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꿈 = 비현실적’이라는 등식은 강해지고, ‘꿈(Dream)’이라는 단어는 그저 낭만적인 표현쯤으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모두가 힘든 요즘, 환상 속 유니콘을 꿈꾸며 성장했던 스타트업계 역시 참 어렵다.

이렇게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사랑 그리고 누군가에는 인간관계 등 어렵고 복잡한 것이 참 많아진 현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실이 힘들수록 ‘꿈’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더 강하고 선명해지는듯 하다. 어려운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원동력이 바로 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미치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꿈처럼 환상적이지만 동시에 지독히 현실적인
영화 <라라랜드>는 2016년 12월 개봉한 영화로, 원작의 인기 덕분에 2020년 12월 재개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약 380만 명이 관람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등 각종 시상식에서 유수의 상들을 수상하기도 했다.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에서 무명의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안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직 미완성이고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나 사랑하고 서로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로스앤젤레스(할리우드)의 멋진 배경과 영화의 감동을 살려주는 OST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만약에…’ 주인공들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영화 엔딩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영화 속 두 주인공의 사랑은 새드엔딩이다. 꿈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던 주인공들은 엇갈려버린 인연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영화 내내 꿈처럼 그려지던 두 사람의 사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 말미에는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평가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라라랜드를 다시 보면서 ‘만약에…’라는 영화적 상상을 통해, 두 사람의 엔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일푼 길거리 가수를 인기 팝스타로 성장시킨 팬덤이코노미
아만다 파머는 무명의 길거리 가수였다. 대형 레코드사와 계약하며 몇 주 만에 2만 5천장의 앨범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신규 앨범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녀의 스토리에 공감했던 수많은 대중들의 펀딩 참여로 최초 목표했던 10만 달러의 10배가 넘는 약 120만 달러(약 13억원)을 펀딩하는데 성공했다. 호기심에 관심을 보였던 수많은 대중들을 그녀의 열성적인 팬덤으로 변화시켰고, 빌보드 TOP 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무명의 아티스트였지만,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도전했고 마침내 꿈(목표)에 도달한 그녀의 스토리는 많은 감동을 준다. 그리고 그녀는 전 세계 수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꿈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만약, 영화 <라라랜드> 주인공인 세바스찬과 미아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 도전했다면 어땠을까. 실력있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던 세바스찬이라면, 본질을 잃어가는 재즈 음악에 대한 아쉬움을 스토리로 담아 ‘오리지날 재즈의 부활’을 위한 앨범 제작 프로젝트를 기획하지 않았을까. 또한, 여주인공 미아 역시 자신이 기획한 1인극을 제작하기 위한 후원 펀딩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기획된 프로젝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첫번째 후원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서로의 꿈과 사랑을 키워가는 해피엔딩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우리동네 로컬크리에이터들에게 투자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란,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를 지칭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재즈 클럽이 망했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멋진 재즈 클럽으로 탈바꿈시킨 세바스찬이 바로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할 수 있다.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성장 스토리를 소재로, 유일무이한 1인극 콘텐츠를 만들어낸 미아 역시 아티스트이자 로컬크리에이터다.

그동안 테크, ICT 플랫폼 중심이었던 국내 창업 생태계에서 고유의 콘텐츠나 제품을 가지고 브랜드로 성장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들의 꿈으로 개발된 콘텐츠와 제품(서비스)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인 지방소멸과 지역 일자리 창출의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더 많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된 ‘우리동네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 역시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우리동네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은 지역주민과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각 지역의 유망 로컬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기획자들은 투자자이자 팬덤이 될 수 있는 서포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우리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투자 수익과 동시에, 후원자가 되어 프로젝트의 성장을 함께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세바스찬이 기획한 재즈 클럽에 투자하고, 매일 저녁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업일치’를 실현한 창업자와 함께 하는 즐거움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는 보람이자 큰 재미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도전하고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만나기로 약속했던 영화관 안에서 세바스찬을 찾기 위해 미아는 스크린 앞으로 올라선다. 자신이 처해있던 현실에서 뛰쳐나와 세바스찬을 만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존재를 놓치지 않기 위한 시도였다.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도전하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 ‘꿈 = 비현실’이라는 등식이 강할수록, 꿈을 잃어버린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세상보다는 꿈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누구나 꿈꾸고 도전하면서 각자의 멋진 스토리를 완성해 가는 세상. 그렇게 영화 속 꿈만 같던 ‘라라랜드’는 현실이 된다.

이희용 님은 와디즈파트너스에서 투자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다 보니, ‘매일 쏟아지는 새로움’과 만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시장,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투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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