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비스텝' 단행…한미 금리차 1.75%P '역대 최대' [강진규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3-05-04 08:55
수정 2023-06-03 00:01
미국 중앙은행(Fed)이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와의 차이가 역대 최대 폭인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 차로 인한 자금 유출이 가시화되면 환율 불안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Fed는 또 금리인상 vs 2연속 동결한 한은Fed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여전히 물가상승 압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현재 연 4.75∼5.00%인 미국 기준금리는 연 5.00∼5.25%로 올랐다.

이날 금리인상은 FOMC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작년 3월 이후 10회 연속 인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됐다.

Fed의 금리인상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연 5.25%)과 한국 기준금리(연 3.50%)과의 격차는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벌어졌다.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최대 폭'이다. 기존 격차인 1.50%포인트는 2000년 5~10월에도 경험한 적이 있지만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1월 연 3.50%로 결정한 후 두차례 금리 동결을 선택해 3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미국은 연 4.50%에서 연 5.25%로 0.75%포인트 높이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역대 최대 금리차, "외환시장 불확실성 높아질수도"이같은 금리차는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1.75%포인트의 금리차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1%포인트 내외가 직간접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미 간 금리 차"라고 했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을 두고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한미간 금리차를 좁히기 위해 소폭이라도 금리 인상을 재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어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등이 참석한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내외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의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함에 따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금리차에 따른 불확실성보다는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고 있다는 신호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Fed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조건부 긴축 종료를 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결정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원화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