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종합상사 형태의 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방산은 지난해 수십조원 규모 무기 수출을 계기로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만큼 독일, 미국 등 방산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채 회장은 “무기 도입 국가들이 현금 대신 현물이나 자금 융자 등 복잡한 조건을 내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KF-21 개발사업에 한국과 공동 투자한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일부를 팜유 등 현물로 내려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KF-21 전체 사업비의 20% 정도인 약 1조7000억원을 2016~2026년 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제난을 이유로 2017년부터 분담금 납부를 연체했고, 현재는 분담금의 30%가량을 현물로 내겠다고 버티고 있다.
채 회장은 “이른바 ‘방산 특화 종합상사’가 원유 등 현물을 무기 수출의 대가로 받은 뒤, 이를 현금화해 무기 제조사에 지급하는 일종의 구상무역을 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라마다 원하는 현물이나 융자 조건이 다른 만큼 풍부한 수출입 경험을 가진 기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채 회장은 방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창의적 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히 규제 완화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그는 “기업은 첨단 제조공법을 도입해 원가를 줄이고,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 체계도 다양화했는데 정부는 아직도 표준화된 원가 계산으로 방산 기업들에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육군사관학교 28기 출신인 채 회장은 1999년 준장으로 진급한 뒤 국방부 연구개발관, 조달본부 외자부장 등을 지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