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신용 정보기관에 체불 자료를 제공해 은행 등 일선 금융회사가 체불 사업주의 신용도 판단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3일 국회에서 ‘당정 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상습 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매년 1조3000억원이 넘는 임금이 체불돼 약 24만 명의 근로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2회 이상 반복해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이 전체의 30%를 차지하며, 체불액으로 따지면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처벌은 미비하다. 대부분 체불액보다 적은 벌금형이 내려진다. 벌금액이 체불액 대비 30% 미만인 경우가 77.6%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규정이 있지만, 3년간 임금 체불로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체불총액이 3000만원을 넘어야 하는 등 엄격한 요건 탓에 제재 대상이 적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상습 체불 사업주의 범위를 △1년 동안 3개월분 임금 이상을 체불하거나 △최근 1년간 다수 근로자에게 5회 이상 체불하고 체불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경우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난해 전체 체불액의 60%에 해당하는 8000억원을 체불한 7600개 사업주가 ‘상습 체불’로 제재를 받게 된다.
제재 수준도 강화한다. 먼저 정부 지원 사업 참여를 제한한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이 시행하는 보조·지원 사업에 체불 사업주 참여를 제한하고, 국가·지방계약법상 입찰 참가 자격에도 1년간 감점 등 불이익을 부여한다. 신용 제재도 추진한다. 정부가 신용 정보기관에 체불 자료를 제공한다. 금융회사가 해당 자료를 체불 사업주의 대출·이자율 심사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 필요한 신용도·신용거래 판단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융자 제도를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체불임금 청산 계획을 제출해 청산 의지를 보이는 사업주의 경우엔 임금체불정보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체불 수사와 감독도 강화한다. 악의적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는 사업주는 소액이라도 체포 영장을 신청하고, 체불액이 큰 소재 불명 체불자는 지명 수배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또 공짜 야근의 주된 원인인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올 하반기 정보기술(IT)·사무직 등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추가 감독을 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