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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가 미국의 부채 한도 위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가 무분별하게 지출을 확대한 탓에 실질 채무 규모는 200조달러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전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마샬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연설에서 "미국의 부채한도 위기는 상상 이상으로 위험하다"며 "지난 10년간 미국 정부의 무모한 지출은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드러켄밀러는 월가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헤지펀드를 운용한 전설적인 투자자로 유명하다. 1986년부터 30여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30.4%에 달했다. 단 한 번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없다.
드러켄밀러는 연설을 끝낸 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비껴가길 바라지만, 이는 바닷가에 앉아 쓰나미를 기다리며 부두가 파손될지를 걱정하는 것과 같다"며 "부채 한도가 문제가 아니라 재정 지출이 위기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연방 정부가 무분별하게 지출을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10여년간 대학 강연에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미래 세대에 파멸을 안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그는 이날도 "(정부 적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며 "10년 전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드러켄밀러가 가장 우려한 사안은 사회복지 지출이다.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지원금 등을 당장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의 노령연금 지출은 이자 비용을 포함해 2040년까지 연방정부의 세입을 넘어설 전망이다. 2040년에 다다르면 세수의 100%를 노령연금에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드러켄밀러는 "현재 미 재무부는 정부 부채가 31조달러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미래에 지급할 연금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라며 "지급할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사실상 채무는 200조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도 비판했다. Fed가 지난 십 수년간 무분별하게 통화량을 늘리면서 정부의 지출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드러켄밀러는 "위기가 나타나면 Fed가 대규모 국채를 매입해 재정 문제를 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이 퍼졌다"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Fed가 펼친 통화 긴축 기조에 대해선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드러켄밀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Fed 역사상 최대 실수를 바로 잡으려는 올바른 행보였다"며 "다만 현재는 Fed가 금리인상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불투명해 보인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