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체이스가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면서 미국의 최대 은행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됐다. JP모간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부유층 고객을 확보하고,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의 구세주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JP모간이 1일(현지시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 상승했다. 통상 부실기업을 떠안으면 주가가 하락하는데 되레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거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JP모간이 미 역사상 최대 파산 은행이란 오명을 쓴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한 것과 비슷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JP모간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한 후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사업을 확장했고, 미국 1위 은행으로 올라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부유층 고객을 위주로 영업해온 만큼 JP모간의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JP모간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자산관리 사업을 합병하고, 은행 지점 일부를 자산센터(wealth centers)로 편입할 예정이다.
JP모간의 1분기 말 자산은 3조7000억달러, 예금은 2조4000억달러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예금 92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출 1730억달러, 유가증권 300억달러 등의 자산을 갖추고 있다. JP모간으로선 큰돈을 지급하지 않고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다이먼 JP모간 CEO의 존재감도 커졌다. 그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지난 3월 유동성 위기를 겪자 다른 은행 수장들을 설득해 300억달러의 긴급 지원금을 마련했다. 다이먼 CEO는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가 발표된 뒤 미 언론 매체들과의 통화에서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일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은행주를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주 지수는 2.64%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금융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이번 조치가 미국 초대형 금융기관의 영향력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을 다시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