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정치인”(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참 조용하고 맑은 분”(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일 처음으로 대면한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서로를 평가한 말이다. 지난달 28일 선출된 박 원내대표는 3주 일찍 여당 원내 사령탑을 맡은 윤 원내대표를 찾아 당선 인사를 했다. 여기서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 공통 공약 등을 중심으로 비쟁점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서로를 공격하는 ‘제로섬 게임’ 대신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윤 원내대표는 “자주 만나 소통·조정해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좋은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잘하기 경쟁을 통해 우리 정치가 국민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당 의원과 보좌진은 이 같은 약속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두 사람 모두 온화하면서도 뚝심 있는 ‘외유내강형’에 합리적 성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치 입문 전 윤 원내대표는 경찰 간부, 박 원내대표는 방송기자로 마주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보좌관은 “젠틀맨 두 사람이 만났다고 볼 수 있다”며 “각종 현안을 잘 풀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내수석부대표는 강원 출신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강원 인제속초양양고성)과 송기헌 민주당 의원(강원 원주을)이 맡아 협상 실무를 주관한다. 원내대변인을 맡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6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들어온 ‘동기’다. 양당 원내지도부가 이처럼 다양한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다만 두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지난달 간호법 제정안 등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이달 방송법 개정안, 다음달에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여당의 동의 없이 본회의 직회부를 통한 법안 처리를 이어가는 한,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취약한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원내 협상에는 부담이다. 여당 지도부는 잇따른 설화 논란으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징계 위기에 처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는 날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내대표는 갈등보다 법안 처리를 놓고 서로 협상하는 자리”라며 “지도부의 입지가 불안해지면 당 대표를 대신해 싸워야 할 수 있다는 점이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