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백스앤카엘이 신경퇴행성 뇌질환인 진행성 핵상마비 치료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내년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김상재 젬백스 회장(사진)은 최근 인터뷰를 하고 “이달 GV1001의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사는 GV1001을 파킨슨병의 일종인 진행성 핵상마비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진행성 핵상마비는 뇌의 특정 부위가 점차 퇴화하는 질환이다. 균형 장애,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키는 희귀난치병이다. 미국에만 2만 명의 환자가 있다. 아직 치료제가 없다.
젬백스는 국내 임상 2상을 조만간 시작하고 연내 환자 모집을 마칠 예정이다. 내년에 임상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진행성 핵상마비는 질병 악화 속도가 빠르다”며 “그만큼 투약에 따른 효과를 빨리 확인할 수 있어 단기간의 임상만으로도 유효성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미국 임상 2상 시험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젬백스의 핵심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GV1001은 2008년 노르웨이에서 도입했다. 김 회장이 필터 회사인 카엘을 인수한 뒤 GV1001을 보유한 노르웨이 젬백스를 사들이면서다. 김 회장은 “GV1001을 들여오면서 결실을 맺기까지 20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앞으로 3년 내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젬백스는 GV1001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국내 임상 3상 승인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지난해 7월 임상 2상 첫 환자를 모집했다. 유럽에서도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GV1001은 ‘리아백스주’라는 제품명의 췌장암 치료제로 먼저 개발됐다. GV1001은 2014년 혈중 이오탁신 농도가 높은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국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건부 허가의 조건이던 리아백스주 임상 3상 결과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해 2020년 3월 허가 취소됐다. 김 회장은 “임상 요건을 충족하는 환자가 적어 추적관찰을 포함한 임상시험 분석이 늦어졌다”고 했다. 그는 “임상 3상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며 “연내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