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오는 8일 고 김지하 시인 1주기를 맞아 1973년 유신정권 초기 김지하 시인이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은밀히 써 보낸 편지를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따르면 이 편지는 김 시인이 유신정권 초기인 1973년 6월4일 자로 작성,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통해 김 전 대통령에게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17일 유신 선포 당시 일본에 있었고, 망명 투쟁을 선언하며 미국과 일본에 오가면서 미국·일본의 주요 정치인, 한인들과 접촉하면서 유신정권을 압박했다.
또 이희호 여사 등 국내 인사들과도 소통하면서 국내 동향을 살피는 등 반유신 운동 전략을 모색하고 있었다. 반유신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도청 때문에 내밀한 이야기는 인편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감시 및 수색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이 전달자 역할을 했다.
공개된 편지는 가이가 여사(미국인으로 추정)가 함석헌, 박형규의 편지와 함께 당시 미국에 있던 김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앞서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이 세 명에게 먼저 편지를 보냈고, 모두 6월 답장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대통령과 김 시인은 유신정권 시절 한국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던 인물이다.
김 시인은 편지로 김 전 대통령의 활동 방향에 동감을 표하면서 국내 민주화 운동의 동향을 전하고, 시점을 맞춰 함께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편지에는 '최소한 올가을 유엔총회 전후한 시기엔 군중행동의 제1파를 일으킬 작정입니다. 힘이 닿는 한 각 계층의 연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쪽에서의 행동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시인은 또 민중 시위가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시인은 편지에 '5월20일 자로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이 나왔습니다. 본격적인 반박(反朴) 운동의 신호탄으로 생각되는데 곧 지주교의 힘이 그쪽에 합세할 것입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시작으로 반유신 투쟁이 서서히 본격화하고 이보다 진전된 형태의 군중 집회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김 시인이 밝힌 것이라고 김대중도서관 측은 전했다.
한편, 김 시인의 편지는 200자 원고지 총 6장 분량이지만, 4번째 장은 전해지지 않아 5장만 공개하게 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