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년 만에 검찰이 첫 수사 결론을 내놨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5일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총괄대표 등 관계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며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수사기관이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검찰은 루나 코인을 금융투자상품의 일종인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이들에게 사기적 부정거래, 공모 규제 위반, 무인가 영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테라폼랩스가 2019년 4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투자계약증권인 루나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자에게 배분·판매해 증권의 모집·매출행위를 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루나 코인이 테라폼랩스의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됐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해 수익을 나눠 받을 권리를 얻는 금융투자상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나아가 미국 증권위원회(SEC)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사실과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금융당국의 법적 해석 등을 들어 루나 코인이 증권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발생하는 수익을 귀속받는 코인이 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있다.
SEC는 지난 2월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SEC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는 ‘무기명증권’을 제공·판매해 최소 53조3000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최근 권 대표 측은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가 증권이 아니라 화폐의 일종이라고 반박하며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다.
법원은 루나가 증권이 아니라는 1차 해석을 내리면서 향후 검찰의 증권성 입증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월 신 전 대표의 몰수 및 부대 보전 청구 기각 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를 기각하면서 “루나 코인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으로 루나 코인의 증권성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효림 블루밍비트 기자 flgd7142@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