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제조업 고위 경영진의 84%는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76%는 추진과 성과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맥킨지컨설팅이 밝혔다. AI를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지만 가치를 실현해 내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기업이 6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보시스템을 개발하는 것과 다른 AI 기술, 인적 자원 및 도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심해서 대기업 대비 16%만이 AI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묘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해 말 등장한 오픈AI의 챗GPT를 우선 주목해본다.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지식(pre-trained)을 바탕으로, 질문한 사람의 의도와 가중치에 맞는 텍스트로 다양하게 변형(transformer)해, 원하는 답변을 몇 초 이내에 생성(generative)해 주면서, 텍스트 기반으로 인간과 상호작용(chatting)하는 언어와 소통의 달인(?)이 등장한 것이다. 출현한 지 3개월 만에 세계 2억 명 이상이 사용하다 보니, 국내에서도 챗GPT 사용법을 학습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나 챗GPT의 진정한 가치는 개인 활용이 아니라 기업 혁신에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센터(HAI)의 전문가 100여 명은 챗GPT가 ‘거의 모든 산업 또는 기업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AI 모델’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이라고 이름 지었다.
스티치픽스라는 개인 맞춤형 의류판매 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의 스타일리스트들은 ‘응대 고객 한 사람당 100개 이상의 댓글, 수정 사항 메모, 수년간 접촉한 개인 단골손님의 취향과 서면 또는 음성 피드백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었다. 챗GPT는 이 같은 고객별 소통 자료를 분석하는 데 큰 효과를 냈다. 고객 리뷰 분석을 통해 고객이 싫어하는 제품을 추천할 확률을 낮추고, 선호도가 높으면서도 가격 맞춤형 옷을 추천함으로써 판매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모건스탠리도 챗GPT에 투자 자료 검색과 정리를 맡기면서 더 많은 시간을 고객과의 대화와 자문에 할애하게 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호사의 법률비서 케이스텍스트, CRM(고객관계관리) 전문기업 세일즈포스, 식재료 배달기업 인스타카트 등 많은 기업이 앞다퉈 챗GPT를 AI 기반 모델로 활용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어떻게 이 기업들은 챗GPT를 단기간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었을까. 기술적으로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지식은 기업 데이터를 쓰고, 자료 분석과 작성 등의 소통 능력은 AI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14일 등장한 챗GPT-4는 오류 답변을 줄이고, 텍스트와 이미지 입력도 가능할 뿐 아니라 더 똑똑해지고 한국어 번역 능력까지 갖췄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쉽게 챗GPT를 기반 모델로 활용할 수 있도록 API(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상호 연결하는 프로토콜)를 강화했고,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휘스퍼(whisper)라는 서비스도 함께 발표했다. 이 새로운 기능들이 챗GPT를 기업의 기존 시스템과 빠르게 통합해 사용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얼마 전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는 34개국 25개 산업의 설문조사를 통해 “98%의 글로벌 경영진이 AI 기반 모델이 향후 3~5년 동안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이들 중 40%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제 국내 기업 경영진도 챗GPT API로 파생한 기반 모델을 사용해 회사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성과를 크게 높이고, 업무 최적화 및 재창조를 추진할 새로운 기회를 획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원의 역량을 높이고, 고객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며, 새로운 AI 도구를 통해 빠르게 조직의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AI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듯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끝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기술 변화와 혁신의 흐름에 따라 생각을 바꾸고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기업의 장기적인 존망이 달렸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