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중국의 6·25 참전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긴급 편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6·25 전쟁 장진호 전투에 대해 '기적과 같은 성과'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한 직후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관영 매체 환구시보 인터넷판인 환구망에 따르면 CCTV 군사채널 편성표에 '압록강을 건너다'라는 제목의 40부작 드라마 재방송이 편성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오는 30일 밤 9시 45분을 시작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방송될 예정이다.
'압록강을 건너다'는 마오쩌둥 전 국가수석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과 그 과정 등을 다룬 중국의 대표적인 애국주의 드라마다.
환구망은 이에 대해 "방대한 사료를 기초로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전쟁의 역사적 장면들을 전면적으로 보여주며 장진호 전투 등 여러 감동적 전투의 장면을 실감나게 되살려내 위대한 항미원조 정신을 진지하게 드러내 보인다"고 설명했다.
CCTV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 여러 차례 재방송됐기 때문에 이번 또한 이례적인 결정이 아닌 것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긴급 편성'이라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다른 드라마가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압록강을 건너다'로 편성이 변경된 것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의 영향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미 해병대 1사단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 전술을 돌파했다"며 '기적 같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며 "역사 발전의 흐름과 반대편에 서서,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중국 외교부가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라는 얼토당토않은 역사 왜곡으로 정상회담 폄훼에 나섰다"며 "섬뜩한 논평까지 내며 노골적으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