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관객이 넘으면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빨리 내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50·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일본 대지진이란 어두운 주제를 그린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이 즐겁게 봐줄 것이란 자신은 없었다”며 “전작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의 기록적인 성공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신카이 감독은 지난달 내한 당시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영화는 이날 기준 누적 관객 498만 명을 동원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역대 일본 작품 1위 기록(446만 명)을 갈아치웠다.
영화는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청년 소타와 함께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으러 모험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에 이은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세 작품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 37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것과 달리 ‘날씨의 아이’는 7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2019년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노 재팬(No Japan)’ 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저조한 성과를 올렸다.
이번 후속작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 여부 역시 불투명했다. 신카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한 20년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그것과 상관없이 신작을 만들 때마다 꾸준히 한국을 찾아 관객들과 소통한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번 성과가 ‘예스 재팬(Yes Japan)’의 흐름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서 ‘슬램덩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연달아 흥행했듯 일본에서도 K팝과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며 “꼭 ‘일본의 것’, ‘한국의 것’이어서가 아니다. 국적을 초월해 콘텐츠의 질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문화적 장벽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끝으로 자연재해를 다룬 세 편의 영화가 마무리됐다. 그는 “‘너의 이름은.’ 제작 과정부터 9년 동안 일본 대지진으로 생긴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며 “다음 작품도 재해를 소재로 하면 관객들이 질릴 것 같아 다른 테마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신카이 감독의 방한 일정은 29일까지 계속된다. 서울, 부산, 제주 등을 방문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저번 방한 때와 달리 이번엔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다”며 “한국의 섬 풍경은 처음 보기 때문에 어떤 영감을 얻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