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상승 등의 악재 속에서도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올 1분기 실적이 예상외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사업 부문은 위축됐지만 해외 프로젝트와 신사업에서 결실을 거둔 덕분이다. 당분간 해외 수주와 친환경 신사업 등 비주택 부문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현대건설 등 6개사 매출 증가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이 나온 대형 건설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6개사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GS건설 등은 영업이익도 동반 증가했고, HDC현대산업개발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택 사업에 ‘올인’한 중소·중견 건설사와 달리 해외·신사업을 강화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해외 대형 공정을 본격화한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의 1분기 매출은 6조311억원, 영업이익은 1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5.5%, 1.2% 증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러닝터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사가 실적에 잡히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카타르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한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2.4% 증가한 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88.4% 커진 2920억원을 나타냈다.
DL이앤씨는 이날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8501억원, 902억원으로 공시했다. 높은 원가율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매출은 22% 늘었다. 특히 1분기 신규 수주가 3조2762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세 배를 웃돌았다. 지난달 울산 샤힌 프로젝트에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는 친환경 사업인 ‘탄소 포집·활용(CCUS)’ 및 수소 에너지 분야의 사업 개발 등도 추진하고 있다. ○주택 대신 해외 등 신사업 두각GS건설은 신사업 부문이 주택 부문의 원가 인상분을 상쇄했다. GS건설의 1분기 매출은 3조5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90억원으로 3.9% 늘었다. 1분기 건축·주택 부문의 매출 총이익률(매출 원가를 제하고 매출 중 얻은 이익 비율)은 9.8%에 그쳤지만 수처리사업과 모듈러주택 등 신사업 매출 총이익률은 23.5%에 달했다.
대우건설은 1분기 매출이 2조60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이라크 알 포 추가 공사와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비료공장 3차 등에서 후속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영업이익이 5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942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1조749억원으로 56.8% 증가했다. 주요 도시 정비와 민간 수주 사업지에서 공정을 진행한 덕분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사업은 철근값, 인건비, 레미콘 등 공사비가 1년 새 30%가량 증가해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구조”라며 “안정적인 이익 확보를 위해 주택 이외 분야에서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