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광(光)촉매와 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소 생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학계에선 광촉매 기술이 수소경제 실현의 열쇠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광촉매로 ‘온실가스 딜레마’ 해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단장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이 ‘친환경 수소 생산 광촉매 플랫폼’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 성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은 수소(H2)다. 수소연료전지, 수소 터빈, 수소전기차 등을 활용해 화석연료와 내연기관을 대체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시나리오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원소다. 문제는 지구상에 있는 수소 대부분이 다른 원자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데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를 별도로 얻으려면 분해 과정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천연가스를 개질(改質·리포밍)하는 방법을 통해 수소를 생산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4)을 고온고압의 수증기(H2O)와 반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효율은 높지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수증기의 온도와 압력을 높이기 위한 열과 전기도 필요하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수소 생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1360만t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다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도 개발되고는 있지만 효율이 높지 못하다.
IBS 연구단은 빛을 받으면 광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물질인 광촉매에 주목했다. 녹색 식물의 엽록소가 빛을 받아 광합성 하며 이산화탄소와 물을 포도당과 산소로 바꾸는 것이 광화학 반응의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알려진 광촉매는 백금, 구리, 이산화티타늄(TiO2), 카본나이트라이드(C3N4) 등이다. 빛을 흡수한 광촉매는 물(H2O)을 산화시키며 수소(H2) 기체를 발생시킨다. 기존에도 광촉매를 이용한 수소 생산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금속 분말 형태의 광촉매가 물속에 가라앉아 생산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광촉매가 빛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생산된 수소가 다시 물에 녹는 문제도 발생했다.○“바닷물에서도 성능 저하 없어”연구단은 광촉매에 나노입자 기술을 적용하고 2층 구조 형태로 물에 뜨게 만들었다. 위층은 ‘에어로겔 나노복합체’(기체로 채워진 고체) 형태의 광촉매가 자리한다. 촉매의 밀도를 크게 낮춰 물에 쉽게 뜰 수 있게 했다. 아래층에는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구조의 ‘하이드로겔 나노복합체’(수용성 고분자로 이뤄진 젤리 형태 고체)를 배치했다. 물을 빠르게 빨아올려 광촉매로 전달하는 것이 하이드로겔의 역할이다.
연구단이 개발한 광촉매 플랫폼은 수면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실험 결과 1㎡ 면적에서 시간당 약 4L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기존 연구보다 생산 효율이 4~8배 높다. 다양한 부유물이 있는 바닷물 환경에서 2주 이상 구동해도 성능 저하가 없었다.
현택환 단장은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