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2일 11: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진행해온 얼라인파트너스의 앞뒤 다른 행보가 논란에 섰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새로운 거버넌스로 SM엔터의 성장을 돕겠다"면서 주주들에게 장기 투자를 권유해놓고 스스로는 개인 법인을 통해 보유 중인 SM엔터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얼라인파트너스는 보유 중인 SM엔터 주식 전량을 공매도에 활용될 수 있는 대차거래로 제공해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거래 시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하이브의 인수전 포기로 카카오의 승기가 확정되면서 SM엔터의 주가 하락이 명확해진 직후에 거래를 단행했다.
얼라인 측은 "운용 전략상 결정으로 적법한 절차였다"는 주장이지만,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행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SM 주가 30만원 간다"더니 개인법인 지분은 매각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개인법인인 얼라인홀딩스(옛 씨에이치엘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 중이던 SM엔터 주식 1만주를 올해 3월 전량 매도했다. 얼라인홀딩스가 SM엔터 주식을 인수한 가격대는 평균 5만원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도가 이뤄진 올해 3월엔 SM엔터 경영권을 둔 분쟁이 최고조에 달하며 주가는 15만~16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하이브의 SM엔터 경영권 인수 포기로 급락했던 시점이다. 주가가 10만원 수준까지 급락했던 시점에 팔았다고 해도 이 대표 개인법인은 두배 가까운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SM엔터 경영권 분쟁이 한참일 때 주주들에게 장기 투자를 권유하는 발언을 해왔다. 카카오 공개매수 불참을 선언하며 “2년 후 SM엔터 주가는 30만원까지 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인회사가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조용히 모두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카카오와 하이브 간 공개매수 경쟁이 모두 끝나 실망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3월 14일 이후 주식을 매각했다"고 했다.연 30%대 수수료 받고 공매도에 주식 제공얼라인파트너스는 같은 기간 대차거래도 체결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3월 14일에서 4월 초까지 한달 동안 보유 중인 SM엔터 주식 전량인 22만주를 삼성증권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통해 대차 거래로 빌려줬다. 얼라인 측이 한 달 간 수취한 수수료는 7억7000만원이다. 연 환산 기준으론 수수료가 30%대에 달한다. 얼라인파트너스 고유계정으로 보유한 SM엔터 주식 4만8000주도 NH투자증권을 통해 대차해줬다.
대차 거래란 당사자 간 합의로 주식을 대여·차입하는 장외거래다.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은 차입금 담보용 등으로도 활용되지만 대부분은 주식을 공매도하는 데 쓰인다. 주식을 빌려주는 측과 공매도를 하려는 헤지펀드 등은 일일이 주식을 차입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에 증권사의 PBS 중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때 증권사들은 수요 공급 상황과 운용사와의 영업관계 등에 따라 수수료를 정한다. 대형 증권사들이 개인에게 일상적으로 지급하는 연 수수료는 평균 1.0% 수준에 그치지만 일부 기관은 10% 후반대에 이르는 수수료를 지급받아 논란에 서기도 했다. 30%대 수수료는 업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목소리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막대한 수수료를 취득한 배경엔 계약 시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가 보유주식을 빌려준 3월 14일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나며 SM엔터의 주가가 급락했던 시기였다. 이를 예상한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며 수급에 따라 대차거래 수수료도 급증했다. 계약 기간동안 SM엔터의 주가는 11만5200원(3월 14일 종가)에서 9만5200원(4월 12일)까지 17%가까이 하락했다.
이 대표는 "펀드 운용사로서 출자자(LP)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 차원에서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행한 대차 거래"라며 "SM엔터 장기투자를 하기로한만큼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LP들로부터 자칫 '배임' 소지에 설 수 있다"고 해명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내부자 정보 거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시점을 피해 대차거래를 진행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카카오와 하이브간 SM엔터 인수를 둘러싼 합의안이 발표된 3월 12일 이전에 주식을 대여하거나 매각할 경우 미공개정보 등 논란에 설 수 있지만 모든 이벤트가 드러난 이틀 뒤 계약을 체결해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SM엔터 이사진 편입이 확정된 4월 이후엔 빌려준 주식을 모두 수거해 보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주주가치 극대화를 주창해온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중 행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 행동주의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보유 주식을 대차 거래로 수수료를 벌 수 있지만 일반적인 행동주의 펀드는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다"라며 "대차 수수료를 벌려고 공매도에 주식을 제공해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소탐대실이면서 행동주의에 같은 편을 선 주주를 배신하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내건 행동주의 캠페인의 명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과 대주주 견제 등을 내걸고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명분을 걸고, 정작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제공한 행위가 모순이란 지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의 수익률 관점에선 법 테두리안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 이해되지만 얼라인은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한 행동주의로 시장의 주목을 독차지해온 상황"이라며 "얼라인의 비전에 공감한 SM엔터 소액주주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