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부터 준비"…檢 '강남 납치살인' 주범 구속기소

입력 2023-04-28 10:23
수정 2023-04-28 10:40


지난 3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살해사건의 피의자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6개월 전부터 범죄를 계획해 피해자를 살해한 뒤 가상화폐를 빼앗으려 한 정황도 추가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남 납치·살해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유상원(51), 황은희(49)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이모(24)씨를 강도예비, 강도살인,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사체유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28일 구속기소했다. 이경우의 아내인 허모(37)씨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피해자 최모 씨의 권유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뒤 “피해자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황대한의 제안을 받아들여 6개월 전부터 준비해 범행으로 옮겼다고 결론 내렸다.

납치·살해 범행의 주범은 이경우였다. 이경우는 헬스장 사업에 실패하고 가상화폐 투자에서도 큰 손해를 봤다. 그는 그간의 실패를 가상화폐 사업으로 만회할 목적으로 먼저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A씨와 갈등 중이던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더 많은 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르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경우는 그 후 자신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던 황대한, 연지호 등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이경우에게 범행 착수금 7000만원을 건네면서 범행 준비가 시작됐다. 이들은 그해 12월부터 피해자 최 씨를 미행하기 시작했고 마취제, 주사기, 케이블타이, 멍키스패너, 청테이프, 장갑 등 범행도구를 마련했다.



검찰은 황대한이 범행 직전 이경우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 최씨가) 가방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서”, “집 앞에서 끌고 와야지”라고 말한 사실도 파악했다. 범행일인 지난 3월 29일 오후부터 범행 직전까지 황대한과 이경우는 10여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달 9일과 13일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아 압수물을 전면 재분석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으나 휴대전화 재포렌식과 관련자 22명 조사를 통해 '가상화폐 분쟁'이라는 범행 동기였음을 밝혀냈다. 또 검찰은 유상원·이경우가 피해자를 살해한 뒤 피해자 계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에 접속하려다 실패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들이 가상화폐를 가로채려 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침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경우가 유상원 부부에게서 받은 범행 착수금 7000만원에 대해선 추징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했다. 피해자 유족에게는 유족 구조금과 장례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6개월 이상 철저히 준비된 계획 범행이란 점을 객관적 증거로 확인했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