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
28일 중국 외교부는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국 국장)이 전날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와 '웨젠(約見)'을 한 자리에서 한미공동성명의 중국 관련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중한 교섭을 제의하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고 발표했다.
'약속하고 만나다'는 뜻의 웨젠은 중국에서 외교부가 중국 주재 타국 외교 실무 책임자를 만나 항의할 때 쓰는 말이다. 상대국 대사 등 대표급을 소환하는 자오젠(召見·불러서 만나다)에 비해선 수위가 낮다. 웨젠과 자오젠 모두 한국 외교 용어에선 '초치(招致)'에 해당한다.
류 사장은 또 대만 등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며 한국 측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발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명시했다.
성명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과 관련해 사실상 중국을 강도 높게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중국을 실명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중국도 그 점을 감안해 일단 공식적 항의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 반대'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때는 중국 외교부 쑨웨이둥 차관이 정재호 주중대사에게 전화로 항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 대통령에 대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외교적 결례를 범한 데 대해 한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