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료계 쟁점 법안인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을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여당이 반대하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고, 방송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부의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독단적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 표결에 불참했다.
이날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은 재석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선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과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만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의료법 개정안은 재석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통과됐다.
간호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 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는 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현행 9명(MBC), 11명(KBS)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시민단체 등에 부여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쌍특검 법안도 정의당과 손잡고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쌍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표결을 한 결과 50억 클럽 특검은 재석 183명의 전원 찬성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은 182명 찬성, 1명 반대로 가결됐다. 법제사법위원회는 180일 이내에 이들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 이후 60일 안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최장 240일 동안 심사를 거치면 늦어도 올해 12월에는 두 특검 법안이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결 뒤 “그동안 검찰이 정말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신속히 했다면 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을 나와 “거대 야당의 의회 폭주”라며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오로지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쩐당대회’ 쌍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한 폭거”라고 야당을 맹비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쌍특검에 협조한 정의당을 향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직회부를 위해 민주당의 방탄 들러리가 됐다”며 “더불어 야합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비상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주당 최대 10개의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의한 지 2년4개월 만이다. 이날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의 의원 4명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치열한 찬반 토론이 이뤄졌다. 하지만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중 3분의 1가량이 법안에 찬성하면서 재석 260명에 찬성 173명으로 처리됐다.
설지연/양길성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