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립스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27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과 관련해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 중소형 은행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립스키 전 부총재는 이날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감독기관들이 SVB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미국경제연구소(NBER) 의장을 맡은 립스키 전 부총재는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며 “세계 2차대전 이후 75년 넘게 운영해온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계속 유효할지 근본적인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상업용 부동산에 많이 투자한 개별 은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경제 취약성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SVB가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표본)이길 바란다”고 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로스쿨 선임연구원은 “모든 금융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감독당국은 위기 초기 단계에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며, 부실은 일부 금융회사에 국한된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이번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중국 칭화대 교수는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영향력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금융 패닉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강진규/허세민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