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26일(현지시간) 오토 웜비어의 유족과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등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인 대학생이었던 웜비어는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혼수상태로 풀려난 직후 사망했다.
김 여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간담회에서 웜비어 모친을 만났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아드님의 소식은 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위로했다. 웜비어 모친인 신디 웜비어는 “오늘 영부인 말씀에서 진정성이 느껴져 감동했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2015년 말 북한 단체관광을 갔다가 호텔에서 ‘체제 선전물’을 절도했다는 죄목으로 북한 측에 의해 수감됐다. 이후 전기충격, 물고문 등을 당해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식물인간 상태로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고 엿새 뒤 사망했다.
앞서 웜비어 유족은 2019년 11월 한국을 찾아 납북자단체를 통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일정상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김 여사는 북한의 인권 실상을 목격한 뒤 탈북한 참석자들의 사연, 북한 인권단체 활동 현황 등을 듣고 “국제사회 전체가 연대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또 간담회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북한 인권 문제는 한·미 양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데 바이든 여사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여사와 바이든 여사는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립미술관(내셔널갤러리)을 함께 방문했다. 이번 국빈 방미 동안 양국 영부인끼리 진행한 첫 공식 일정이다.
두 사람은 추상표현주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작품 10점이 소장된 전시관에서 로스코의 1955년 작품 ‘붉은색 띠’ 등을 함께 감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