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태민 씨(27)는 꽃이 피는 봄만 되면 코가 심하게 막혀 휴지를 한 뭉텅이 들고 다녀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그는 올해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작년에 비해 덥고 비가 덜 오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꽃가루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올 4월 서울과 경기 구리에서 채집한 꽃가루 개수는 ㎥당 1만9858개(26일 기준)로 작년 같은 기간(7800개) 대비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 환자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안과 의사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작년보다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했다.
봄철 눈 코점막 입 등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는 꽃가루의 주범은 꽃이 아니라 나무다. 3월 측백나무와 오리나무를 시작으로 4~5월엔 소나무 참나무 자작나무 등 바람을 타고 꽃가루가 운반되는 ‘풍매화’에서 꽃가루가 생긴다. 가을철엔 돼지풀 쑥 환삼덩굴과 같은 잔디류에서 꽃가루가 주로 나온다.
꽃가루는 양이 많거나 항원성이 강할 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전문가들이 꼽은 항원성 높은 나무는 참나무와 소나무인데, 한국 산림에서 두 수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2%, 21.9%로 전체 산림의 46.1%에 이른다. 4월 관측된 꽃가루의 절반 이상이 이들 나무에서 나왔다.
올해 꽃가루가 유난히 증가한 이유는 꽃눈이 평소보다 더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꽃눈 형성에는 보통 직전 해 여름 기온과 강수량 등이 영향을 미친다”며 “분석 모델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줄어든 것과 올봄 꽃가루가 많이 채집된 것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