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 정상들 발언에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와 조치들이 담겼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이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고,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미국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 결정적인 대응’이 빈말이 아님도 알 수 있다.
핵 탑재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전략잠수함(SSBN)이 40년 만에 들어오는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김정은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다. 윤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군 수뇌부로부터 직접 정세 브리핑을 받은 것에서도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양국이 협력 범위를 사이버·우주로 넓힌 것도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는 데 긴요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질적인 확대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안보 우려를 근본적으로 불식하기엔 미흡하다. 미국은 한국과 ‘핵협의그룹(NCG)’에서 기획, 운용을 함께하더라도 핵에 대한 결정권은 자신들이 가질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파트너로서 한국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형 핵공유’라고 하지만,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전술핵 재배치와 우리 자체 핵무장을 배제한 것도 뚜렷한 한계로 지적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준수를 재확인하면서 우리 자체의 핵 역량 확대를 봉쇄해버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핵 전략자산이 상시 배치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핵공격에 핵으로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결국 NCG 창설 및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및 우리의 자체 핵무장 포기를 맞바꾼 셈이 돼 버렸다.
경제 현안도 마찬가지다. 핵심 의제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대해선 뚜렷한 해법 없이 추후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지속해 나간다는 선에 그쳤다. 우리 기업들로선 당초 예상보다 우려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다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반도체지원법만 하더라도 과도한 보조금 신청 요건으로 미국이 제시한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은 국내 기업엔 해결돼야 할 독소조항이다. ‘워싱턴 선언’도, 경제 문제도 이제 시작이다. 향후 세부 방안 마련과 협상 과정에서 우리 국민과 기업의 우려를 씻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