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을 해제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서울 분양권 시장이 조용하다. 최대 77%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 폐지 관련 논의가 내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비싼 웃돈(프리미엄)과 분양권 소유자들이 대부분 1주택자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제한이 전격적으로 해제된 지난 7일 이후 전날까지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 건수는 2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한 달간 거래된 분양·입주권 18건보다 약 9건 늘어났다. 소폭 건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은 대폭 완화했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7일부터 시행하면서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수도권은 최대 10년까지 적용됐다. 개정안에선 공공택지·규제지역,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이밖의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비수도권은 최장 4년에서 공공택지·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줄었다. 이 밖의 지역은 전매제한이 폐지됐다.
이번 방안은 시행령 개정 전 분양을 마친 아파트에도 소급적용 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 16개 단지(1만1233가구)의 전매가 가능하다.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1464가구)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1425가구)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1045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2017년 6·19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입주 때까지 전매가 막힌 이후 6년 만에 공식적으로 분양권 전매 시장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가 늘어나지 않은 배경엔 '세금'이 자리잡고 있다. 세법상 청약 당첨 1년 내에 분양권을 팔면 시세차익의 70%, 2년 이내에 팔면 차익의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포함하면 최대 77% 수준이다. 분양 이후 1년 만에 웃돈이 붙어있어도 세금 등 필요 경비를 제외하면 매도인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세금 때문에 거래 자체를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웃돈이 붙었어도 양도세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매제한 완화와 패키지 격인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도 부담이다. 실거주 의무는 주택법을 개정해야하는 사안이다.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지만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 심사를 보류했다. 내달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전세 사기 등이 기승을 부리는 등 시장 상황이 불안해서다.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서 분양권을 팔아도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러 새 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현행법을 위반하는 셈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참 애매한 상황"이라며 "집을 팔아도 그 집에 들어가야 살아야 한다고 하니 매도인도, 매수인도 불편한 게 사실이다. 이러니 거래가 활성화되겠나"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서울 집값이 조정을 받았지만, 웃돈까지 붙은 분양권 가격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기존에 서울에서 단지를 분양받은 실수요자들이 대부분 1주택자라는 점도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분양받은 집주인들이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손해를 보고 (분양권을) 정리할 이유가 없다"면서 "실수요자들도 굳이 분양가보다 수억원 비싼 분양권을 선뜻 매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주를 앞둔 단지들의 수분양자들은 2년 전 부동산 시장 활황기 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분양을 받은 경우가 많다"며 "1주택자가 굳이 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매도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