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물질이 빨려들며 형성된 고리 모양 ‘부착 원반(accretion disc)’과 강력한 분출 제트가 처음으로 관측(사진)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17개국 64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 16개를 연결한 관측망을 통해 지구에서 54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부 블랙홀을 관측하고 이같은 연구성과를 27일(한국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들을 흡수한다. 흡수되는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부착원반은 블랙홀 주변 기체들이 끌려들어가면서 빛을 내는 것을 말한다. 블랙홀 자체는 아무런 빛을 내지 않는다.
이제까지 블랙홀 부착원반 존재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는 제시됐다. 그러나 부착원반의 구조를 분해해 영상화한 적은 없었다.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 또한 증명했다.
연구진은 최초로 M87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도 동시에 포착했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물질의 빠른 흐름을 말한다.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며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어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부착원반과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관측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종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