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친정 갔잖아"…아내 임신 중 바람피운 남편의 변명

입력 2023-04-27 08:47
수정 2023-04-27 08:48

임신 중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이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남편과 5년간 연애한 끝에 결혼해 현재 임신 중이라는 A씨는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이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건강한 아기를 만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저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운을 뗐다.

남편이 술에 취해 집에 늦게 들어온 날, A씨는 남편의 휴대폰을 통해 유흥업소 여성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남편을 너무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지만, 이튿날 남편이 했던 말은 제게 배신감을 안겼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이 친정에 자주 가서 외로운 마음에 유흥업소에 갔고, 유흥업소에 일하는 분이 가끔 연인처럼 만나서 데이트하자고 제안했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A씨가 호텔 숙박비를 결제한 카드 내역을 들이밀자 남편은 이내 "딱 한 번 실수한 것이니 용서해달라"고 했다고.

그러면서 A씨는 유부남인 걸 알면서도 남편과 만난 유흥업소 여성에게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남편과의 이혼은 생각하지 않고, 상간녀에게만 위자료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변호사의 조언을 얻기 위해 사연을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문지영 변호사는 먼저 "유흥업소에서 일한다고 해서 부정행위의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유흥업소 종업원이기 때문에 업무상 행위의 일환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것에 불과하지, 교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흥업소가 아닌 외부에서의 만남이나 성관계가 있었다면 이를 통상적인 부정행위와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성관계까지 가졌다면 이는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사연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다만 "유흥업소 직원이라고 해서 위자료 액수가 감액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남이 지속적이지 않고 일회성에 그친 경우라면 그 부정행위의 기간이나 정도를 고려해 볼 때 비교적 적은 금액 1000만원 이하가 인용될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성관계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유흥업소에 자주 가는 것만으로 이혼이 가능할까.

문 변호사는 "혼인 기간에 유흥업소에 자주 출입하고 다수의 유흥업소 종사자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거나 연인 관계에서 있을 법한 부적절한 내용의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비록 성관계에까지 이른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부부간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남편에게 유흥업소에 자주 출입하는 습성이 있고 이를 이유로 자주 외박한다거나 가정에 소홀함으로 인해서 결국에는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면 이는 당연히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