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벌 간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탈출한 교민 28명이 25일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다.
이날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교민들이 탑승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오후 3시57분께 경기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에 착륙했다. 교민들은 건강 상태 확인 등 조치를 받은 뒤 외교부가 제공하는 숙소로 이동해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교민들의 수단 수도 하르툼 탈출 과정은 영화 ‘모가디슈’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급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오전 하르툼에서 출발해 약 1170㎞를 육상으로 이동했고 다음날 오후 2시40분께 수단 북동부 항구 도시인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이들은 포트수단에서 대기 중이던 공군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편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에 도착했고 시그너스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탈출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우방국의 도움이 컸다. UAE는 현지 상황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먼저 정보를 제공하고 자체 탈출 행렬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여러 탈출 경로를 알아보고 있었지만 정보가 너무나 부족한 와중에 UAE가 탈출 합류를 제안해줬다”며 “UAE 측은 철수와 집결, 이동 과정 등 많은 부분에서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양측의 협조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사우디도 우리 군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와 제다공항 사용 등에 있어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작전명이 ‘프라미스(promise·약속)’인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킨다는 의미도 있지만 UAE, 사우디, 미국과의 동맹이 가진 국가 간 약속의 의미도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