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사진)가 저출산에 따른 한국의 저성장 위기 대응책으로 이민 확대를 제안했다. 외국인 유입을 통해 부족한 경제활동인구를 채우고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다음달 2~5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23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원과 한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은 이민 정책을 통해 경제활동인구를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대상으로 특별비자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 있다”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통해 육아·노인 돌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고숙련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세수를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민자 의사와 간호사, 돌봄 서비스 근로자들이 노인 돌봄 인력 부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레이머 교수는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룬 경험을 살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소득 격차와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는 데 비중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레이머 교수는 2019년 빈곤 퇴치 방법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빈곤 문제를 다루는 개발 경제학 분야에서 과학적 실험법을 도입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특출난 개인의 독자적 판단에 의존한 정책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높은 역량을 갖춘 정책 집단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