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년 만에 재개되는 한·일 재무장관 회담에서 통화스와프 안건이 최종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정상이 금융·외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지만, 통화스와프 체결은 전혀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 외환 당국의 판단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달 2일부터 4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때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 간 양자 회담을 열 예정이다. 양국 실무진은 세부 회의 일정 및 안건에 대해 막바지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점쳐졌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진에서도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는 일절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양자 회담 때 논의될 가능성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은 한일 통화스와프는 7년 만에 재개되는 재무장관 회담에서 논의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 지표 자체가 견조하기 때문에 당장 한일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4260억7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작년 말 기준 25.1%로 전년 말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1998년(2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7년 만에 재개되는 재무장관 회담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먼저 제안했다가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통화스와프 업무의 주도권은 중앙은행이 아닌 재무성이 쥐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에선 통화스와프를 금융·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측면보다는 국가 간 정치적 거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