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코다일레이디, 샤트렌 등 이름만 대면 알법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패션그룹형지의 최병오(사진) 회장이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쿨 코리아' 캠페인은 단순한 공익 마케팅이 아니다. '에너지 절약'을 내세운 이 캠페인의 이면에는 코로나19로 바닥을 친 가두점(로드숍) 점주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패션그룹형지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25일 만난 최 회장은 지난 20일 인천 송도 형지타워에서 열린 쿨 코리아 패션쇼가 성료된 데에 고무돼있었다. 쿨 코리아는 체감 온도를 낮춰주는 냉감 소재 근무복, 간편복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고 K-패션을 알리기 위해 패션그룹형지가 추진하는 캠페인이다. 최 회장은 "최근 에너지 문제가 심각했는데,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는 형지가 앞장서서 냉감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알리면 캠페인을 전세계에 전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이 먼저 돈 벌게끔 해야"
에너지 비용을 덜 쓰자는 의도지만, 동시에 코로나 3년간 어려움을 겪었던 의류소매·유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코로나 이후 고가·명품 의류를 판매하는 패션기업들은 재미를 봤지만, 패션그룹형지처럼 오프라인 가두점 비중이 높고 중저가 브랜드가 많은 기업들은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패션그룹형지는 코로나를 거치며 매출이 급감했고, 영업손실도 발생하며 2021년에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까지 빠졌다.
최 회장은 "우리 옷은 특히나 '이벤트'가 있어야 잘팔리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결혼식·졸업식 등이 사실상 전무했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들어서부터 대규모 실적 개선을 이루며 적자 폭을 줄어나가고 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 실적은 회복 중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가두점들은 여전히 힘들다. 항상 '대리점이 먼저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최 회장이 꺼내든 복안이 바로 쿨 코리아다. 캠페인으로 냉감 소재 옷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2000여 개에 달하는 패션그룹형지의 대리점의 수익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쿨코리아로 수출 공략도
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책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마중물을 대줄 때다. '소비바우처' 등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며 "10조원 어치 바우처를 풀면 최소 20조원의 소비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쿨 코리아는 패션그룹형지의 동남아 진출 발판이기도 하다. 사시사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동남아가 패션그룹형지가 만드는 냉감 소재 의류의 주요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K-패션 열풍이 뜨거워지고 있는 만큼 쿨 코리아의 수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여름용 옷만 만들기 때문에 패션회사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재고 부담도 덜 하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패션업계 인사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최 회장이 방미를 계기로 골프의류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바 있는 만큼 패션그룹형지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실적을 얼마나 예상하냐는 질문에 "목표는 담대해야 한다"며 최대 영업익 700억~800억원(별도 기준)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바닥을 찍고 반등 흐름을 탄 만큼 쿨 코리아가 잘 받쳐준다면 1000억원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게 최 회장의 말이다. 패션그룹형지의 영업익은 지난해 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4억원 늘어나며 적자를 탈출한 바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