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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앤드존슨(J&J)가 진통제 타이레놀과 보습제 뉴트로지나 등을 생산하는 소비자건강사업부를 분할해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기업가치 약 400억달러(약 53조원)으로 얼어붙은 올해 미국 IPO시장에서 최대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조원 이상 자금 조달 기대
J&J는 24일(현지시간) 소비자건강사업부를 분사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 위한 예비신고서를 제출했다. 분사로 설립될 회사의 이름은 켄뷰(Kenvue)다. 켄뷰가 제시한 공모가 범위는 주당 20~23달러로 기업가치는 약 400억달러이며, 보통주 1억5100만주를 공모해 약 35억달러(약 4조67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J&J는 올해 중후반까지 켄뷰의 분사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J&J는 IPO 후 켄뷰의 지분 91.9%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회사는 이를 연말까지 이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스트리트의 주요 투자은행(IB)이 켄뷰의 IPO 주관사로 나섰다. 이들은 IPO 흥행 여부에 따라 2260만주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30일 옵션을 확보하게 될 예정이다.
회사의 계획대로 IPO를 통해 35억달러 이상을 조달하게 되면 켄뷰의 NYSE 데뷔는 침체된 올 해 미국 IPO 시장에서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올 들어 지난주까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23억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로 IPO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IPO를 줄줄이 연기해왔다. 켄뷰의 공모가 흥행한다면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이후 영국의 반도체설계업체 ARM과 구매배송대행업체 인스타카트 등 올해 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J&J 전체 매출의 15% 차지
J&J의 소비자건강사업부는 타이레놀을 포함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을 주로 생산한다. 반창고 브랜드 밴드에이드, 구강세척제 브랜드 리스테린, 피부보습제 브랜드 뉴트로지나와 아비노, 아기용품 존슨즈 베이비샴푸 등 다양한 브랜드로 잘 알려져있다. 이 사업부는 지난해 149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J&J 전체 매출의 15.7%에 해당한다. 순이익은 21억달러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도 독감 유행의 영향으로 타이레놀 등의 의약품의 판매가 늘었다. 켄뷰의 올 1분기 매출은 3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켄뷰의 IPO는 견고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성숙한 사업부를 기업분할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WSJ은 "투자자들은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이런 기업분할 상장을 더 호의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인텔이 자율주행차 사업부를 분할해 상장한 모빌아이의 주가는 이날 45.83달러로 작년 공모가 21달러의 두 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건강사업의 경쟁이 치열해 향후 매출 성장은 완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팩트셋이 조사한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켄뷰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올해 약 4%에 이어 내년에는 2%로 떨어진 뒤 2025년에는 3%로 예상된다. P&G, 바이엘, 사노피 등의 소비자건강 사업부문을 비롯해 GSK에서 분사한 헤일리온 등 쟁쟁한 기업들과 전세계에서 경쟁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