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송전설비 정비 전문회사인 한전KPS가 해외원자력사업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1984년 창립한 한전KPS가 40주년을 앞두고 원전 수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전KPS는 2022년도 결산 기준 해외원전사업 부문에서 10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873억원에서 20.2% 증가했다. 회사 창립 후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전KPS는 발전설비 정비 기술 전문회사로 설립돼 전력 및 산업설비 정비에 힘쓰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문기술을 개발해 기술 자립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전KPS가 최대 매출의 성과를 낸 것은 한국의 1호 수출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시운전 정비를 효과적으로 수행한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정비를 통해 적기에 공정을 완료하는 데 기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두터운 신뢰를 확보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전KPS에 따르면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은 적극적인 소통경영을 펼쳤다. 고객사 경영진과 의견을 나누며 이를 경영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현장에 파견된 UAE본부장은 고객사 현장부서와 일일 미팅을 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슈에 밀착 대응했다. 또 안전교육과 예방, 안전관리, 안전문화 정착으로 이뤄진 안전경영을 통해 현장에서 6년 연속 무재해를 달성했다.
김홍연 한전KPS 사장은 지난 1월 16일 UAE를 찾아 현장 근로자들을 만났다. 향후 원전 추가 수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전KPS는 한국 1호 원전 수출의 산물인 UAE에서 ‘팀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정비 분야의 글로벌 표준 기술력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신규원전 10기 추가 수출 목표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6월에도 체코 호치티에프와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폴란드 에토스에너지와도 같은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이후 현지를 다시 방문한 한전KPS는 체코 I&C에네르고 및 폴란드 에촐과도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잇달아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원전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기업이다. 현지 업체와의 네트워크 강화로 원전 유지보수 분야의 현지화 기반을 마련해 신규원전 수출 경쟁력을 한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체코와 폴란드 현지 정비업체들과는 MOU 체결 후속조치로 이들 업체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 한전KPS 원자력정비센터 등 원전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업체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의 노후화력발전소 성능진단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민관학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에서 원전 운영·보수 서비스 수출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한전KPS는 신규원전 건설이 예정된 국가에 대한 원전 수출을 지원하는 ‘원전수출추진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핵심 부서를 중심으로 전사 인력이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 추진 전담반(TF)’도 가동하고 있다. 또 기존 원전의 정비·보수 서비스 수출을 위해 국내 원전과 비슷한 원전을 보유한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별 맞춤 전략을 수립해, 이를 통한 제작사 및 현지회사와의 협업 및 사업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가동 중인 원전 보수정비 수출을 위해 한국과 같은 노형 원전을 보유한 10개국을 전략국가로 선정해 KOTRA와의 협업을 통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루마니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슬로베니아 등 원전의 설비 개선 또는 계획예방정비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원전 수출을 기반으로 한전KPS의 해외사업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전력그룹사 팀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