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 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 2호기가 이달 8일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계속운전(수명연장) 신청이 늦어지면서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은 해외보다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해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다하는 국내 원전 수는 총 10기다. 고리 2~4호기와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등 설계수명 40년짜리 가압경수로가 7기이고 월성 2~4호기 등 설계수명 30년짜리 가압중수로가 3기다.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총 8450㎿에 해당하는 설비다.
올해부터 기존 원전의 일부가 일시 정지되면서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 실현과 에너지난 해소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 절차에 바로 들어갈 계획이지만, 연장 승인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운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고리 2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현재 본심사가 진행 중이다. 내년 9월, 2025년 8월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고리 3~4호기에 대한 안전성평가보고서도 지난해 9월 원안위에 제출했다. 한수원은 나머지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도 준비 중이다.
정부와 원자력발전 업계는 설계수명 만료 원전에 대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안전성 평가기준을 적용해 조속히 계속운전에 나설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에 제출한 고리 2호기의 안전성 평가자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권고한 주기적안정성평가(PSR)에 미국, 러시아의 운영허가 갱신 기준인 주요기기수명평가(LER), 방사선환경영향평가(RER)를 추가 적용해 해외 원전보다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안전성 평가보고서 접수 18개월 이내에 원자력 안전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평가보고서 심사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계속운전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재가동 시점을 잠정적으로 2025년 6월로 잡고 있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경우 운영기간 중 총 3248억원 규모의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계속운전의 안전성을 증진해왔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의 장기간 계속운전(LTO)은 최초 가동 시보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 설비 교체, 기술 진보, 관리능력 향상 등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고리 2호기의 경우 최초 시운전 이후 10년간의 초기 가동기에는 불시 정지 건수가 연평균 7건 가까이 발생했지만, 가동연수가 안정화된 2008년 이후 10년간의 불시 정지는 2건에 불과했다.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이 계속 높아지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의 설계수명은 운영허가 시 안전평가를 위해 가정한 최소한의 기간일 뿐 시설의 실제 수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설계수명에 도달했다고 발전소의 안전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흐름이다. IAEA와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 439기 가운데 229기(52%)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고, 이 중 172기(39%)는 계속운전 중이다.
또 당초 운영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가운데 233기(93%)는 계속운전 중이거나 계속운전 후 영구정지했다. 운영허가기간 만료 후 폐로한 원전은 전체의 7%인 17기에 불과하다.
한국의 주요 발전원별 정산단가(원/㎾h)는 지난해 기준 원자력이 52.5, 액화천연가스(LNG) 239.3, 풍력 191.7, 태양광 191.5다. 10년간 평균 전력판매량을 고려하면 고리 2호기를 10년간 계속운전할 경우 LNG 대비 약 8조원의 국가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