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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올 하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ARM이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성장을 촉진해 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6개월 전부터 '솔루션 엔지니어링' 팀을 꾸려 모바일 기기, 노트북, 기타 전자제품에 쓰일 반도체 시제품을 개발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팀은 지난 2월에 ARM에 합류한 케보크 케치찬이 이끌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강점을 갖고 있는 퀄컴에서 스냅드래곤 개발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현재 개발중인 반도체는 이전 경쟁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더 진보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닌 반도체 개발사들을 겨냥했다. FT는 "ARM이 자체적으로 고품질 반도체 개발 나서면서 퀄컴, 미디어텍 등 고객사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ARM이 개발에 성공한다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하거나 라이선스 사업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의 설계를 기반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설계 능력의 우수성을 과시하기 위한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ARM은 그동안 반도체 개발이나 생산에 나서지 않고 반도체 설계에만 집중하며 많은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ARM은 이르면 올 가을을 목표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중이다. 투자업계는 상장 후 ARM의 기업가치가 최소 300억달러(약 40조원)에서 최고 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ARM은 약 80억달러(약 10조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설계 분야의 최강자이다.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이후 2020년 9월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400억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전 세계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이 인수 의사를 내비쳤지만 소프트뱅크는 매각 대신 IPO로 출구 전략을 선회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