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부른 '손실 폭탄'…美은행, 앞으로는 못숨긴다

입력 2023-04-23 18:23
수정 2023-04-2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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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역은행의 ‘자본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를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Fed가 중소 규모 지역은행이 매도가능증권의 미실현 손익을 자본 비율에 포함하게 하는 규제를 다시 적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도가능증권은 만기보유증권, 단기매도증권과 함께 회사가 보유하는 유가증권 중 하나다.

단기매도증권은 단기간의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증권이다. 당해 가격 변화가 자본 비율에 즉각 반영된다. 반대로 만기보유증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는 증권이기 때문에 가격 변화가 당해 회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문제는 중간 성격을 띤 매도가능증권이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당국은 2500억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은행은 매도가능증권의 미실현 손익을 자본 비율에 포함하도록 규제했으나, 자본 지표에 지나친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발에 따라 2019년부터 중소 은행은 예외로 뒀다.

Fed는 이 조치를 SVB 파산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SVB는 2020년 저금리 시기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매도가능증권을 대거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위기가 닥쳤다. 시중 자금이 마르면서 SVB의 주요 고객인 기술기업들이 급하게 돈을 인출했다. 채권 가격도 떨어졌다.

결국 SVB는 매도가능증권을 팔아 18억달러 손실을 봤다. SVB 재정이 불안하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이어졌다. 매도가능증권의 손해 폭이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면 이런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규제 대상은 자산 규모가 1000억~7000억달러 사이인 30개 기업으로 알려졌다. Fed는 이르면 올여름 규제안을 발표하고 몇 년간 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