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의 반란' 조우영, 10년 만에 KPGA '아마추어 우승'

입력 2023-04-23 18:09
수정 2023-04-24 00:24

‘스타 가뭄’ 탓에 인기가 식은 한국 남자골프에 초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10년 만에 프로대회를 제패한 아마추어 선수 조우영(22)이다.

조우영은 23일 제주시 골프존카운티 오라CC(파72·719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오픈 인 제주’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투어 4년차 김동민(25)을 4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우영의 프로대회 우승은 지난달 KPGA 스릭슨투어(2부) 2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제주의 강풍도, 쟁쟁한 선배들이 풍기는 위압감도 조우영을 막지 못했다. 그는 이날 공동 선두그룹 김민준(32)·김동민에게 1타 뒤진 3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샷감이 좋았다.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4번홀(파5)에서 1타 더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6번홀(파5)에선 이글을 낚았다. 전반 9홀에서만 4타를 줄이며 앞서 나갔다.

아마추어인데도 멘털이 웬만한 프로선수보다 강했다. 단독 선두를 달리는데도 흔들리지 않았다. 계속 타수를 줄여 한때 5타 차까지 달아났다. 17번홀(파3)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은 이미 그의 차지였다.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3년 9월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의 이창우 이후 10년 만이자 1982년 김주헌 이후 통산 열 번째다.

조우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그물에 붙어 있는 타깃을 맞힐 때 나는 ‘퍽’ 소리가 좋아 골프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듬해부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를 동경하며 골프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그는 일찌감치 ‘초대형 아마추어’로 이름을 날렸다. 2019년과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연달아 2위를 차지했고 2020년 송암배·허정구배에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탓에 한 해 늦췄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됐기 때문이다. 조우영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한 뒤 올가을 프로무대에 뛰어들 계획이다.

장기는 ‘멀리 똑바로’ 치는 드라이버샷이다. 키 180㎝, 몸무게 80㎏ 초반으로 그리 크지 않은 체격인데도 300야드 넘게 날린다. 이날 이글을 잡아낸 6번홀(파5)에서는 티샷으로 367야드를 보냈다. 조우영은 “드라이버샷을 목표한 지점에서 10m 이내에 떨어뜨릴 때가 많다”며 “롱아이언만큼 정확하다”고 했다.

이날 대회 우승상금은 1억4000만원. 하지만 조우영은 아마추어 신분이라 이 돈을 받지 못했다. 대신 2위인 김동민이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Q)가 지난해부터 아마추어에게 후원을 허용하면서 올해부터 우리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