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총상금 8억원)는 ‘장타자들을 위한 대회’로 불린다. 대회장인 경남 김해 가야CC(신어·낙동 코스)가 KLPGA투어가 열리는 코스 중 가장 길어서다. 총전장 6818야드로, 웬만한 남자대회 못지않다. 그 때문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된 이들은 하나같이 장타자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자는 ‘교타자’ 최은우(28·사진)였다. ‘KLPGA투어 9년차’인 최은우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며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쳤다. 매섭게 추격한 고지우(21·8언더파 208타)를 밀쳐내고 우승컵을 안았다. 210전 211기 만에 거둔 생애 첫 승이다. 2019년 236전 237기 끝에 프로 첫 승을 올린 안송이(32)에 이어 KLPGA투어의 ‘최다 출전 우승’ 기록 역대 2위다.
이 대회는 비거리가 짧은 최은우가 정복하기엔 쉽지 않은 무대였다. 그의 올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 평균은 229.8야드. 순위가 부여된 선수 114명 중 91위다. 대신 정확성은 상위권이다. 최은우의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은 각각 80%와 69%다. 지난 9년간 우승 한 번 못했는데도 KLPGA 정규투어 시드를 계속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최은우는 상대적으로 높은 페어웨이 안착률(64.29%)과 그린 적중률(77.79%)을 보였다. 물오른 퍼트감도 보여줬다. 최은우는 이날 퍼터를 26번(홀당 평균 1.4회)만 잡았다.
최은우는 호주 유학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에서 골프를 배웠고, 중·고등학교도 호주에서 나왔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승 9회, 준우승 5회를 차지하며 한국계 이민지, 오수현과 함께 호주 아마추어 강자로 군림했다.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최은우는 초조하게 챔피언조의 결과를 기다렸다. 2타 차이인 이소미(24)가 샷이글에 실패해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야 환한 웃음을 띠었다. 그는 “오늘이 아버지 생신인데 우승을 선물로 드려 기쁘다. 9년 동안 뒷바라지해준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난 걸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