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이 독거노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대표적 돌봄 챗봇인 네이버클라우드 ‘클로바 케어콜’의 이용자 수가 최근 1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챗봇으로 독거노인의 건강과 심리 상태를 체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 챗봇에 위로받았다”는 응답이 90%에 이를 만큼 사용자의 반응이 뜨거워서다.
“무릎 어떠세요” 주 3회 안부 전화23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학회(CHI)는 네이버클라우드가 클로바 케어콜을 다룬 논문을 올해의 ‘베스트 페이퍼’로 선정했다. CHI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 학회로 꼽힌다. 올해 CHI에 논문 3182편이 투고됐지만, 이 중 베스트 페이퍼를 수상한 논문은 35편뿐이다.
이 논문이 주목받은 것은 AI 챗봇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해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전화가 사용자의 외로움을 완화하고 복지 담당자의 업무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클로바 케어콜을 사용한 복지기관 실무자와 사용자, 개발자, 운영자 34명에 대한 관찰 조사 보고서 등을 논문에 첨부했다. 현재 클로바 케어콜을 도입한 지자체와 복지·의료기관은 50곳에 이른다.
김영호 네이버클라우드 AI랩 HCI팀 리더는 “미국이 AI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AI를 보건 시스템에 적용한 적은 없다”며 “이번 논문을 계기로 AI를 독거노인 돌봄을 목적으로 한 공공의료에 활용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노인과 같은 사회적 소외계층에 주 2~3회 안부 전화를 거는 서비스다. 지난해 8월부터는 이전 통화 내용을 기억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 덕분에 “지난번에 편찮다고 한 무릎은 어떠셨어요”와 같은 맞춤형 대화가 가능해졌다. “무릎이 아직도 쑤신다”는 말을 들으면 “파스나 찜질 팩이라도 해보세요. 병원에도 한 번 가보시고요”란 답이 온다. 90%가 AI에 “위로받았다”개발 초기엔 AI와의 대화가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현실이 되자 AI의 진가가 드러났다. 사용자들이 사람에게 털어놓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속 얘기를 AI와 나누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사례들이 나왔다. 사용자 99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화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평가에선 10점 만점 기준 7점 이상이 83%였다. 만점을 준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정유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팀 기획자는 “대화 과정에서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걸렀다’거나 ‘살기 싫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를 찾게 돼 바로 도움을 드린 사례도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거나 ‘아가씨 고마워’라며 감사 인사를 건네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오는 7월 새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이 LLM은 클로바 케어콜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클로바 케어콜의 서비스가 훨씬 더 정교해진다는 뜻이다. 정 기획자는 “새 LLM이 도입되면 지자체나 복지기관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AI 챗봇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