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대학 금고 잡아라"…4대 은행, 치열한 쟁탈전

입력 2023-04-23 18:16
수정 2023-04-24 00:53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대학 주거래 은행을 차지하기 위해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저금리로 대규모 수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과당 경쟁으로 발생한 비용을 금융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지자체 대학병원 등에 제공하기로 확약한 출연·기부금은 1421억원으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작년 전체 출연금(3140억원)의 절반가량이 지급 결정됐다. 공시되지 않은 금액(확약액 10억원 이하)까지 포함하면 전체 출연·기부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연금은 지자체 등에 협력 사업비 명목으로 내놓는 돈이다. 금고 은행이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고 투자 수익을 일부 출연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의 작년 지급액이 18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8조원의 자금을 관리하는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따내는 등 기관 영업의 강자로 꼽힌다. 이어 우리(709억원) 국민(320억원) 하나(233억원) 순이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지자체 금고다. 자금 운용 수익은 물론 산하 기관 임직원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대 은행이 지자체에 제공한 출연·기부금 액수는 2360억원으로 전체 출연금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4대 은행은 지난해 대학에도 342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학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면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서다. 주거래 은행을 통해 등록금을 납부하고, 학생증 체크카드를 발급받는 등 금융 업무를 도맡는다. 4대 은행 중 서울 소재 주요 30개 대학교와 주거래 은행 협약을 가장 많이 맺은 곳은 우리은행(14개)이다. 이어 신한(7개) 하나(6개) 국민(2개) 순으로 많았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