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식업계에 또다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최근 석유 수출국들의 감산에 따른 유가 반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7%가 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식 등 서비스 물가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양주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21일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과의 간담회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외식물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밥상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스타벅스, 롯데리아, 교촌에프앤비, bhc, 제너시스BBQ, 본죽 등 프랜차이즈 업체를 비롯해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21개 기업 및 기관이 참가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6~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급증 등 요인이 맞물리며 외식물가 상승률이 8%대로 치솟자 식품·외식업계 대상 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올해 3월 초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식품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상반기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팔 비틀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농식품부의 행보엔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세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 지난해 5.1% 상승한 소비자물가는 올 3월 4.2%로 상승세가 주춤했다. 2022년 배럴당 120달러 선을 오갔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70달러대로 떨어지고, 작년 3월 159.7(2014~2016년 평균이 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세계식량지수도 12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 126.9로 떨어지는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7.4%를 나타냈다. 지난해 9월(9.0%)보단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를 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 역시 4.8%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제품·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폭을 상쇄해 고물가가 유지되는 이른바 ‘끈적한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3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소식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하며 정부는 다시 긴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중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외식·식품 물가마저 잡지 못하면 지난해 높은 물가상승률에 따른 역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4%대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