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 날씨가 이어지며 농산물 가격이 대체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일부 작물은 여전히 올초 한반도를 덮친 한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 당근이 그렇다.
21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국내산 무는 ㎏당 614원에, 당근은 1571원에 거래됐다. 작년과 비교해 각각 49.0%, 31.2% 비싼 가격이다. KAPI가 최근 한 달간 155.20포인트에서 135.73포인트로 하락하는 등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원인은 올해 초 있었던 겨울 한파다. 제주는 겨울에 따뜻해 한겨울에도 월동 무가 재배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설 연휴 끝자락부터 한반도에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낮은 기온에 특히 취약한 무가 이 지역에서 큰 손해를 봤다.
무는 영하의 기온에 3시간 이상 노출되면 냉해를 입는다. 한파가 절정이던 시기 제주는 낮 12시에도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머물렀다. 당근 또한 추위로 작황이 부진해 겨울 당근 출하량이 줄었다.
이들 작물은 다음달은 돼야 가격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지금은 겨울에 출하한 저장 당근이 시장에 나오는데 물량이 적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봄 당근이 본격적으로 출하하는 5월 초가 돼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노지에서 재배하는 봄 무가 출하되는 6월 상순까지 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식중독 사태로 소비가 크게 줄었던 방울토마토는 가격이 반등하는 모양새다. 전주 대비 13.9% 오른 ㎏당 4052원에 거래됐다. 유통업체의 소비 촉진 행사로 산지에 쌓였던 방울토마토 재고가 소진됐고 이번주에는 흐린 날씨로 방울토마토 출하 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
햇양파 출하가 시작된 양파 가격은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국내산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주보다 28.2% 내린 ㎏당 1003원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약 30% 하락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