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낼래"…삼성 vs 미래 다툼 치열했던 펀드는

입력 2023-04-21 11:27
수정 2023-04-21 14:19
"이번 '인도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두고 삼성과 미래에셋 간 신경전이 대단했어요. 서로 먼저 내려고요."

인도시장이 '제2의 중국'으로 주목받으면서, 인도 펀드로도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 달새 뭉칫돈 1200억원이 몰릴 정도다. 투자자들의 큰 관심 속에서 투자처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펀드의 일종인 ETF의 경우 작년까지만 해도 2종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선 5종으로 확대됐다. 단일 신흥국 펀드에 이만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2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도 펀드 25종에는 최근 한 달간 투자자들의 자금 1175억원이 유입됐다. 이들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6개월간은 마이너스(-)8.26%를 기록했지만, 기간을 최근 한 달로 좁혀보면 4.99%의 성과를 냈다.

인도는 최근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전망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탈(脫)중국화' 흐름 속에서 인도가 기업들의 판매·생산을 도울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경제대국'으로 향하기에 앞서 인도는 '인구대국'이란 목표를 먼저 이룬 모습이다. 전일 유엔인구기금은 세계인구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반부터 인도 인구가 중국을 따라잡아서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 인구는 14억2860만명으로 중국(14억2570만명)보다 약 300만명 많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런 가운데 인도시장에 집중투자하는 ETF들도 잇따라 출시됐다. 기존에 시장에 나와있던 인도 ETF는 2종뿐이었다. 2014년 상장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인도Nifty50(합성)'과 2016년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이다. 합성 ETF는 구성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일반 ETF와 달리, 증권사와 스왑(장외파생) 계약을 맺어서 지수를 추종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합성 운용방식으로만 상장돼 있던 인도 ETF가 본격 다양화한 건 올 들어서다. 앞서 수익률 2배짜리인 레버리지형을 먼저 내놓았던 미래에셋운용은 이달 14일 인도 시장 대표지수인 '니프티(Nifty) 50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TIGER 인도니프티50'를 상장했다. 이어서 일주일 만인 이날 삼성자산운용도 니프티 50 지수 성과를 1배, 2배 추종하는 ETF 2종을 신규 상장했다.

단일국가에 양대 운용사인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출격한 것도 보기 드문데, 이달 인도 ETF 출시를 앞두고 두 회사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상장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먼저 한국거래소에 인도 ETF 출시의사를 전한 것은 삼성운용이었지만, 실제 출시가 일렀던 쪽은 미래에셋운용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운용사들이 ETF를 내기 위해 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 관련 라이센스(세금·계좌계설)를 획득해야 했는데, 계좌개설 라이센스를 받는 과정에서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보다 조금 빨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은 이미 인도에 현지법인을 둔 상태여서 이후 신속한 행정처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