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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 방중을 희망하는 의사도 내비쳤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의 정찰풍선 논란으로 최고조에 이른 뒤 나온 변화 기류다.
옐런 장관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미·중 모두에 재앙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FT 인터뷰는 옐런 장관의 미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 고급국제대학원 연설을 앞두고 진행됐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강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국가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이 같은 조치들은) 미국 경제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국가 안보적 고려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경제적 이점을 얻거나 중국의 경제 및 기술적 현대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또 "우리는 양국이 함께 성장하고 혁신하는 건전한 경제 관계를 추구한다"면서 "다만 건설적인 경쟁은 공정할 때만 지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지난 몇년 간 국영기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무역 상대국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중 반도체 등 첨단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미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전례 없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첨단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정보보고를 의무화하고, 일부 핵심분야에서는 투자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해당 규제 발표가 임박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존스홉킨스대 공개 연설 전에 진행된 FT 인터뷰에서 밝힌 옐런 장관의 속내는 달랐다. 중국 방문 및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것이다. FT는 이와 관련해 "옐런이 중국에 '화해의 손길(olive branch)'을 내밀었다"며 "그의 중국 관련 발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세계 질서에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이라고 규정한 지 근 1년만에 나온 발언이자 조금 더 유화적인 언급"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류허 전 부총리의) 후임자를 임명하는대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에서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간 옐런 장관의 대화 파트너였던 류허 전 부총리를 대체할 인물로 최근 허리펑 부총리가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의 방중이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미국 관리가 된다.
옐런 장관은 자신의 목표가 중국과 경제 관련 대화를 재개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의 조치가 중국의 경제 경쟁력을 해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중국인들이 이해하기 바란다"며 "만약 중국이 이를 오해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우리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작년 11월 G20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수립한 의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정상은 생산적인 경제 관계를 원한다는 점, 경제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해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어려운 문제를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강대국끼리 교전의 윤곽을 협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중국도 기꺼이 역할을 해준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